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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일기/trend

꽃을 든 사무라이

by 신일석 2008. 4. 13.

품질이 평준화될때 어떤 가치를 가져가야 할까? 일본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변화를 보면서 우리 서비스가 가져가야 할 방향을 보색하는 것도 좋을꺼 같아.

아래는 조선일보 경제관련 기사중 관심있게 읽을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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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에서 '품격'으로

일본의 경제산업성(옛 통상산업성)은 '주식회사 일본'을 이끄는 작전본부다. 2005년 7월, 경제산업성이 '신일본양식(新日本樣式)의 확립에 대하여'라는 다소 난해한 이름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선언에서 시작된다.

"부가가치의 평가 기준이 '가격에서 질(質)로의 시대'를 거쳐 '질에서 품위(品位)로의 시대'로 이행했다. (중략) 경제는 물론, 일본의 문화·감성·마음 등 일본 고유의 자산을 토대로 종합적인 일본의 우수함, 즉 일본 브랜드의 가치를 향상시켜 세계에 발신하는 일이 긴요해졌다."


보고서가 주목을 끈 것은 '품위·품격'이라는 문화적 패러다임을 주창한 점이었다. 보고서는 글로벌 경제전쟁의 핵심 경쟁력이 '품격(품위)'으로 바뀌었다고 선언하면서 제품의 격(格)으로 경쟁하자는 새로운 산업 전략을 제시했다. 일본 경제가 가격·품질 경쟁을 지나 문화적 가치 경쟁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린 시발점이었다.


일본 기업의 전통적인 특기는 고품질 전략이다. 하지만 중국·한국을 비롯한 후발국이 급속히 기술력을 붙여가고 있어 품질과 기능의 우위만으로는 차별화하기가 곤란해졌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일본 경제로서는 중국·한국이 따라오지 못할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源泉)이 필요해졌다. 그것이 바로 품격이다. 품격이란 기존 경제학의 영역에선 존재하지 않던 개념이다. 품격을 논리로 풀어내고 수치로 표현해 제품의 제조에 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이렇게 문화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품격의 패러다임을 산업 현장으로 끌어오자고 경제산업성이 화두를 던진 것이었다.


보고서의 이름 자체에 일본 정부의 거대한 야심이 담겨 있다. '신일본양식'을 영어로는 네오 재패니스크(Neo-Ja panesque), 혹은 재패니스크 모던(Japane sque modern)이라고 표기한다. 재패니스크는 19세기 중·후반 유럽을 강타했던 일본 문화 열풍에서 따온 말이다.


'자포니즘(Japonism)'으로 불리던 일본풍(風)은 프랑스·영국을 중심으로 30여년간 이어지면서 인상파 등 유럽의 미술계·작가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것을 재현하자는 것이 앞서 신일본양식 보고서의 숨겨진 요지였다. 19세기 중반 자포니즘이 유럽을 움직였듯이, 문화적 매력으로 21세기 경쟁력의 우위에 서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21세기판(版) 자포니즘'의 영광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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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에서 '찐빵맨'을 만드는 나라


교토(京都)는 도시 전체가 풍부한 역사 콘텐츠로 가득 찬 대하 소설이다. 문화재 하나, 건축물 하나에도 감칠맛 나는 스토리를 얹어 매력을 극대화해 놓았다. 교토에 취재 간 김에 '철학의 길'이란 관광코스에 가보았다. 솔직히 이름에 끌린 셈이었는데, 유명한 철학자의 산책로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소박한 운치가 있는 사랑스러운 산책 코스였다. 하지만 '철학의 길'이 아니었더라도 바쁜 여행자가 시간을 쪼개 들렀을까. 일본 사람들은 스토리를 발굴해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데 천재다.


일본의 대중문화는 왜 강할까. 취재 내내 품었던 근본적인 의문은 교토에 가서 마키노 게이이치 세이카(精華)대학 만화학부 학장을 만났을 때 풀렸다. 그의 설명은 간명했다. 일본이 유일신(唯一神) 사회가 아닌 덕에 자유스러운 발상이 가능했고, 만화·캐릭터며 게임 같은 대중문화가 풍부해졌다는 것이다.


"일본은 모든 사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만물신(萬物神) 국가다. 돌에도, 나무에도, 강에도, 물에도 신이 있다고 믿는다. 삼라만상에 인격과 생명을 불어넣고, 자유자재로 의인화한다. 찐빵에서 '찐빵맨'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일본이다. 그러니 온갖 캐릭터가 나오고 (대중문화의) 스토리가 풍부할 수밖에…."


전체기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4/11/200804110099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