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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일기/trend

[한겨레] 구글, “소수의, 최후의 이용자에게도 최선의 서비스 제공한다”

by 신일석 2006. 7. 30.

시각장애인용 억세서블서치 ‘구글 혁신’의 실체 보여줘



최근 2/4분기 실적을 발표한 구글은 7억달러를 넘는 당기순이익을 보이며, 야후를 멀찌감치 젖히고 1등 인터넷기업으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자연히 구글에 대한 찬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렇듯 구글에 대한 찬사는 투자자들에게 보답하는 높은 수익성 때문일가?

구글이 인터넷기업으로 칭송을 받는 것은 수익성 때문만은 아니다. 구글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려고 서비스하는 ‘시각장애인용 검색’에서 혁신적인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터넷 실험정신의 선도자의 역할을 해온 구글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새로운 검색 시스템 ‘구글 엑세서블 서치’(http://labs.google.com/accessible/)를 최근 선보였다.



<로이터통신> 등 해외 언론은 지난 21일 구글이 시각장애인과 시력을 다친 사람들이 정보를 손쉽게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검색시스템 억세서블 서치를 가동했다고 보도했다.



시각장애인 위해 그래픽 구성요소 없애고 새로이 검색결과 정렬







이 서비스는 구글 고유의 ‘페이지 랭크’ 기술을 바탕으로 시각장애인들의 검색 편의성을 고려한 자료들을 중심으로 배열해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시스템은 W3C의 ‘웹 콘텐츠 접근성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작됐다.



TV 라만 구글연구소 연구원은 “이 프로젝트는 웹 페이지 구성의 단순성, 디자인 품질, 각 페이지 정보 조직 및 라벨링 등을 기준으로 검색 결과를 재구성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라만은 이용자들이 유비쿼터스적 이용으로 대부분 시각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컴퓨터 검색 엔진의 의존성에서 벗어나 웹사이트의 접근성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시키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의 웹 접근성을 향상시킨 구글 ‘엑세서블 서치’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기존의 구글 검색 엔진과의 검색 결과를 비교 할 수 있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두 개의 검색 엔진을 비교 사용해보았다. 웹페이지 구성의 단순성, 디자인 품질, 각 페이지 정보 조직 및 라벨링 등을 기준으로 검색 결과를 재구성하는 ‘엑세서블 서치’는 자료 검색시 우선순위의 자료를 간추려주고 목록을 재배열한다. 기존의 검색 엔진보다 자료 검색 및 배열 시간은 더 걸렸다. 웹 페이지 상단 부분에 검색목록 개수와 검색 하는 데 걸린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부시’를 구글과 억세서블 서치로 검색해보니



구글 ‘엑세서블 서치’를 통해 "BUSH"라는 검색어로 엔진을 가동시켜보았다. 그 결과, ‘엑세서블 서치’는 시각적인 이미지보다 텍스트 위주의 정보들로 구성된 웹 페이지가 우선순위로 링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기존의 구글 검색 엔진보다 검색어와 관계없는 자료들이 배열과정에서 다수 제외되었다. 시각장애인들은 구글 ‘엑세서블 서치’를 통해 보다 쉽게 웹 페이지를 읽고 보다 빠르게 원하는 정보에 도달 할 수 있게 되었다.





≫ 구글의 일반 검색창과 시각장애인용 검색창에서 ‘Bush‘를 검색한 결과,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구글 ‘엑세서블 서치’가 시각장애인들에게 정보공유 확대의 기회를 가져다 준 것과 반해 우리나라의 포털 검색 사이트에서는 이들을 위한 배려는 찾아 볼 수 없다. 더군다나 정부 기관의 웹 사이트의 접근성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2002년 5월 정보문화진흥원에서 ‘장애인 노인 등의 정보통신 접근성 향상을 위한 권장지침’이 발표됐지만 별무효과였다. 2004년 12월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1.0’도 발표되었지만 마찬가지다.

현재 시력이 약화되거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컴퓨터 이용자들은 복잡한 그래픽디자인이 난무하는 웹페이지를 보기 위해 화면 확대기로 구역을 잘게 나눠 일일이 확대해야 하는 형편이다. 구글의 ‘억세서블 서치’는 이러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것이다. 해외의 관련 전문가들은 정보 공유 확대를 통해 구글이나 다른 인터넷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구글의 ‘억세서블 서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구글, “소수의, 최후의 이용자에게도 최선의 서비스 제공한다”

 





≫ 2006년 1월4일 구글 사이트. 이 날 전세계 구글 사이트에서는 낯익은 구글 로고가 사라졌다. 로고를 대치한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서비스는 구글의 기업 이념과 철학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소수 사용자, 최후의 이용자에게도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구글 기업 이념이다. 여백의 미가 여지없이 느껴지는 구글의 초기화면도 이용자 중심 서비스의 일부이다. 구글을 찾는 사람은 검색을 위해 찾는 것이지 광고를 보기 위해 찾는 것이 아니라는 게 구글이 이런 단순한 초기화면을 운용하는 이유다. 2006년 1월4일 24시간 동안 전세계 구글의 초기화면은 낯익은 로고가 사라졌다. 로고 대신 몇개의 둥근 점들이 글자가 사라진 자리를 대체했다. 이날은 ‘6점 점자’를 발견한 프랑스인 루이 브라유가 태어난 날이었다. 시각장애인들은 비록 컴퓨터상의 그 점자 로고를 손으로 만질 수 없었지만, 구글을 이용하는 전세계의 수천만의 누리꾼들은 시각장애인들의 존재와 그들의 문자인 점자를 다시 떠올렸다.

한편 2006년 6월과 7월 한국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지난 5월25일 헌법재판소가 “안마사 자격을 시각장애인에게만 한정한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에 절망해, 투신자살과 고공농성을 이어갔다.



<인터넷한겨레> 대학생기자 김은영 mysteryeyes@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