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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일기/trend

국내포털과 구글이 다른 점

by 신일석 2007. 2. 28.
최근 국내 웹2.0 논의를 바라보면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한자 성어가 떠오른다. 중국의 남쪽지방에 자라는 귤을 북쪽에 옮겨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을 담은 한자성어다.

웹2.0이란 화두는 본래 200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했다. 2005년무렵 태평양을 건너온 웹2.0론은 2006년 초반부터 한국 인터넷업계의 최고 관심사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2007년 들어 대선과 같은 대형 이벤트와 맞물리면서 UCC(User Created Contents) 등 웹2.0관련 주제들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업계 현장에서 웹2.0논의를 지켜보면 귤화위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본래 미국산 웹2.0론이 지닌 핵심 가치가 쏙 빠지고, 그 대신 한국식으로 변형된 가치가 웹2.0론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인터넷 업체들은 웹2.0이 지향하는 가치를 왜곡하면서 자신을 '웹2.0 선도 기업'으로 포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점은 최근 공정거래위의 대형포털에 대한 불공정행위 조사 움직임에서 그대로 관찰된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의 초점은 대형 포털들이 중소 콘텐츠업체(CP)들에 대해 가격할인요구 등 불공정 거래를 요구했는지 여부다.

사실 대형 포털에 의한 유 무형의 불공정 행위는 인터넷 업계 현장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금까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지 못한 것은 중소업체들이 포털과의 관계를 고려, 속에서 분을 삭여왔기 때문이다.

웹2.0을 표방하는 대표 인터넷 기업들이 불공정행위 시비에 휘말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웹2.0론 본류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웹2.0론의 본래 핵심 가치는 '참여', '개방', '공유'다.

특히 웹2.0은 원천 콘텐츠 생산자들이 검색엔진이나 포털과 같은 대형 정보 중개자와 함께 상생(相生)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윈윈 게임 구조를 지향하는 것이다.

실제 인터넷 산업의 뿌리는 언론사, 개인 블로그, 학교, 연구소 등 원천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들이다. 세계 인터넷 검색 1위인 구글이나, 국내 포털 1위인 네이버 역시 원천 콘텐츠 생산자들이 없으면 존재 자체가 힘들다.

이들 대형 정보 매개자들은 원천 콘텐츠 생산자들이 매일 쏟아내는 정보를 바탕으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배너 광고, 키워드 광고 등 각종 온라인 광고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글과 국내 대형포털들이 원천 콘텐츠 생산자들을 대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우선 구글은 원천 콘텐츠 생산자들의 콘텐츠를 자신의 사이트에서 서비스하지 않는다. 네티즌들이 원하는 정보를 찾으면 곧바로 해당 사이트로 안내해준다. 또 콘텐츠 원본에도 결코 손을 대지 않는다. 구글은 이런 행위 자체를 '사악(Be evil)'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비해 국내 대형 포털들은 원천 콘텐츠 생산자에게 일정한 돈을 주고 사서 자신들의 데이터베이스에 쌓아놓고 영업을 한다. 또 일부 포털 업체는 원천 콘텐츠에 직접을 손을 대서 원본을 변형시키는 행위까지 한다.

국내 인터넷 산업의 이런 구조는 수 많은 원천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배가 고픈'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광고 시장이 5000억원대로 성장했는데, 이 시장의 과실 대부분을 대형 포털들이 독식했다. 원천 콘텐츠 생산자들은 매월 포털로부터 소액의 콘텐츠 제공 대가를 받는데 그쳤을 뿐이다. 포털의 수익이 상승곡선을 긋더라도 원천 콘텐츠 생산자가 수익을 분배 받을 기회가 봉쇄돼 있다.

반면 구글은 광고수익을 원천 콘텐츠 생산자와 비례적으로 나눠 갖는다. 원천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서 구글이 막대한 광고수익을 올려도 '배가 아플' 이유가 없다. 분배의 기회를 공정하게 갖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포털업체들은 이번 공정위의 조사움직임을 계기로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지 않고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원천 콘텐츠 업체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으면서 선순환 투자를 할 수 있은 여건을 갖지 못하면, 결국 국내 인터넷 산업의 기반이 취 약해질 것이다. 그 피해는 다시 포털에게 가고, 결국 네티즌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